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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표의 암환자로 행복하게 살기] [12·끝] 서른 한살에 암과 싸운 루비나씨가 행복하게 조회수 : 502
관리자 2018-08-20 오전 1:56:41

잘나가던 직장 그만두고 가평 산속에서 펜션 운영
암 환자들 회복 도우며 자연 벗삼아 살아…
욕심 버리고 그간 받은 사랑돌려주고 싶다는 그녀 본받고 싶어

홍헌표 디지털뉴스부 차장


지난 7월 실컷 웃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모임 '웃음보따里'에 루비나라는 여성 회원이 있습니다. 보석같이 아름답게 살라고 어느 스님이 지어줬다는 그 법명처럼 마음도 예뻐서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정기모임 때마다 남녀노소 안 가리고 회원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늘 웃는 얼굴로 회원들의 말동무가 돼 줍니다.

루비나씨는 경기도 가평의 산속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요양을 위해 그곳을 찾는 분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증권회사의 직원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봤다"는 그녀가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산속 펜션에 들어가 살게 된 계기는 암이었습니다. 루비나씨는 7년 전 서른한 살 때 난소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힘겨운 투병을 했습니다. 건강을 되찾아 복직한 그녀는 예전처럼 화려한 증권맨 생활을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사표를 냈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살기로 한 것입니다. 루비나씨가 '웃음보따里'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을 본인 허락을 받아 일부 옮깁니다.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돈도 흥청망청 써보았습니다. 더 잘 나기 위해 앞만 보고 걸어갔습니다. 세상의 주인공은 오로지 저 하나뿐인 것 같았습니다. 겸손과 배려 대신 교만과 독설이 가득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난소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하늘도 부모님도 다 원망스러웠습니다. 수술과 항암치료가 이어졌습니다. 병실 어디를 둘러봐도 제가 가장 어렸습니다.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엄마는 딸이 더 힘들어 할까 봐 제 앞에선 눈물을 절대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 모르게 흘린 눈물로 시력도 많이 상하셨습니다. 항암치료 때는 그냥 포기하고 죽고만 싶었습니다. 온몸에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었고, 잠을 청할 수도, 그렇다고 깨어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심한 구토로 반 정신을 놓은 채 화장실로 기어가는 저를 보고 "도저히 난 너를 앞서 보낼 수 없다. 너 죽으면, 나도 따라간다"고 하셨습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났습니다. 복직을 했지만 똑부러지고 총명하다고 칭찬 들었던 2년 전의 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 잃었습니다. 사람도, 재물도, 자신감과 열정·패기도…. 우울증이 심해져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만, 쯧쯧쯧." 사람들이 저를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산에 오르며 저를 되돌아봤습니다. 절을 찾아가 기도하며 울었습니다. 잘난 맛에 취해 친한 사람들의 가슴에도 못을 박았던, 이기적인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불교에 '업장소멸(業障消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범한 허물을 깊이 참회하면서 선행(善行)으로 지우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제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다 갚으려면 얼마가 걸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한테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받는 데만 익숙해져 있어 제가 가벼이 여기고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제 그걸 되돌려주려 합니다. 아픔과 고통의 시간 이후 7년이 지났습니다. 그 옛날 받았던 많은 사랑, 다 돌려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루비나씨에게 "아직 30대인데 화려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 파묻혀 살면 재미없지 않으냐" "돈을 많이 벌게 해준 직장을 스스로 떠나는 일이 쉽지 않았겠다"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루비나씨는 "돈은 먹고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면 나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니 욕심이 사라지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저절로 건강해져 더욱 행복하다"고 웃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훨씬 인생을 오래 산 것 같아 배울 점이 많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생각이 다르니 루비나씨의 지금 삶을 무조건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움켜쥐고 있던 욕심을 버리는 법, 아픈 사람을 사랑하는 법은 배우고 싶습니다.

저의 '행복하게 살기' 칼럼은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지난 2월 처음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제 개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 두렵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신문 연재는 끝나지만 암 환우들, 그리고 웃으며 살고 싶은 분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됩니다. 제 '행복일기'는 블로그(blog.chosun.com/bowler1)에서 이어집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출처: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112080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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